'반기문 대망론'..야권의 복잡한 속내는?

입력 2016-05-27 09:23   수정 2016-05-27 13:28

(손성태 정치부 기자) ‘반기문 대망론'이 현실이 됐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지난 25일 제주 관훈포럼에서 “내년 임기가 끝나면 한국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특정 현안에 대해 에둘러 표현하면서 ‘요리조리’빠져나간다고 ‘기름장어'란 별명이 붙은 반 총장의 발언수위를 감안할때 사실상 대권출마 선언이란게 정가의 해석이다.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던 여권과 달리 대권레이스에 뛰어든 반 총장을 바라보는 야권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과거 반 총장을 알고 지낸 야권 중진의원들은 대부분 ‘정치인 반기문'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대신, 야권에 비해 유력대선주자가 없는 여권이 반 총장을 앞세워 대권주자 진용을 갖추게 될 것이란 점에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기문 ‘흠집내기’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이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이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를 사석에서 만나 “‘온실 속 화초'처럼 커온 반 총장이 서로 물고 뜯어야 하는 현실정치에서 무슨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했다. 선출직인 국회의원들이 임명직인 공무원을 일반적인 시각이기도하다. 의원들은 은연중에 공무원에 대해 우월감을 드러낼때가 많다. 한 중진 의원은 “일반 유권자의 표심을 얻고 유지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며 “관운(官運)에 기대 승승장구한 공무원 출신 정치인들은 현실정치에서 성공한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느냐"고 반문한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한 TV 에 출연해 반 총장을 ‘권력의 화신’인양 비꼬기도 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정부때 최고 실세였던 그는 “당시 반총장이 여러경로로 접촉해 왔다"고 폭로했다. 박 원내대표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수석을 했던 사람이 DJ 때 나에게 '입각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직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 그 다음 정권에 또 자리를 달라는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권력욕이 큰 사람은 대권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반 총장 평가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우 원내대표는 한 매체에 출연해 반총장 영입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셔올 만한 분이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깜이 안된다”는 완곡어법이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과거 외교부 차관일때부터 알고 지냈다"며 ”흠결없는 분이지만 큰 정치를 하실만한 분이 아니다"고 평했다.

야권내에는 반 총장의 여권행에 내심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문희상 의원은 지난해 여당내에서 반 총장 추대 움직임을 있자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한자성어를 인용했다.‘목말라 물을 마시면 그 갈증을 해소한 것에 만족하지 말고 그 근본인 우물을 누가 팠는지 그 분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 의원은 “반 총장은 참여정부의 작품이다. 그가 새누리당 주자로 대선에 나오려면 우리한테 嘶擅壙?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인 반기문'에 대한 야권내 혹평을 감안하면 ‘내가 갖기는 싫고 남주기도 싫은’ 놀부심보가 어느정도 깔려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야의 엇갈린 평가와 상관없이 반 총장은 잔여 임기를 7개월여 앞두고 한국정치의 한 복판에 뛰어들었다. 그에 대한 야권내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충청출신으로 ‘세계대통령’으로 불린 유엔사무총장 재임 경력 등은 대권지형을 흔들어 놓을 최대 변수임이 틀림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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